어린이날
나의 아들과 딸에게,
어린이날에 올해는 정확하게 만나지는 못하는구나. 하지만 아빠는 오늘 너희들을 생각하고 있단다.
너희들이 그린 그림을 액자에 조심스레 넣어서 벽에 걸어둘 예정이다. 너희가 그린 그림, 아빠와 너희가 함께 그린 그림, 이런 시간의 조각들이 아빠에게 추억이 되고 힘이 된다. 그리고 너희들의 작품은 그 어떤 이름난 작품보다 월등한 가치가 있단다.
딸아, 네가 그린 사과는 아빠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장소에 있다. 아빠에게 이 사과는 어떤 과일보다 먹음직스럽고, 아껴두었다가 너에게 주고 싶은 그런 사과란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을 다잡고 너를 생각하기 위해서 가까운 곳에 두었다. 그리고 오늘은 네가 무엇을 할까 궁금해 한단다.
아들아, 네가 그린 파도 그림은 아빠가 힘들 때 보는 그림이란다. 아빠가 지쳤을 때, 네가 그린 파도를 보고 다시 에너지를 얻기 위해 거울 옆에 두었다. 때로는 뭔가를 많이 그린 것보다 간단한 그림이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는데, 네가 그린 이 파도가 그런 작품이다. 글쎄,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묘한 청량감을 느낀다. 언젠가 너와 함께 갈 바다의 느낌이 이럴까. 네가 그림을 그리면서 뭘 그리는지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아빠는 그대로 적어두었다.
얘들아, 이것이 아빠의 어린이날이다. 너희들을 생각하면서 이제 곧 다가오는 주말에 만나면 무얼 할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한참 부족했던 아빠의 모습을 반성해본다. 너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도록 올해 어린이날을 조용히 반성하며 지내는 날로 정해두고 보냈다.
사랑한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