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짧기만한 영상 통화
딸, 아들.
전염병 때문에 너희들을 못본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네.
오늘은 우리 딸이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었어. 괴물이 ‘왁’하고 나타났지. 우리 아들은 입 근처가 발그랗게 부어 있어서 아빠가 걱정되었어. 입고 있는 옷이 가려운지 목 뒤에도 자꾸 손이 가는 것 같아서 아빠가 걱정이 되요. 그리고 눈을 비비는 걸 보니 많이 졸렸나봐.
지난 주에 전화했을 때는 우리 딸이 ‘마스크 쓰고 아빠 집에 가면 안되요?’ 라고 해서 안쓰러우면서도 기특했어. 그런데 오늘은 우리 딸과 아들 둘 다 아빠 안녕도 안 하고 아빠 보고 싶어요도 안 해서 아빠가 좀 서운했어. 아들 딸 둘 다 너무 오래 못 보게 되다보니, 이제 아빠가 혹시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닌가 싶어서 아빠는 덜컥 걱정이 되요.
처음에는 아빠가 해외출장에 다녀와서 조심하느라 어쩔 수가 없었어. 아빠는 기침도 안 하고 건강한데다 다른 사람들이 아프기 전에 갔다 온거라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우리 이쁜이들한테 혹시나 병을 옮기게 되지 않을까 조심해야 했단다.
그렇게 조심하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너희들과 영상통화로만 만난 것이 두 달이 되니 너희들이 아빠를 잊어버릴까봐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우리 딸, 아빠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야수나 할머니를 잡아먹으려는 호랑이보다 너희들이 아빠를 잊어버리는게 더 무섭단다. 카메라에 의존해서만 너희들을 만나야 한다니......
아빠는 우리 딸이 달력 뒤에 그린 그림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우리 아들도 누나를 따라 구름을 그렸고, 아빠는 얼굴을 둘 다 그려주었지. 우리 아들은 아빠를 만나는 날이 되면, 항상 아빠 손을 잡고 걸어주었어. 할머니나 누나 손을 잡지 않고, 꼭 아빠를 찾아 아빠 손을 잡아주었지. 아빠는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아빠가 너희들이 많이 보고 싶단다.
아빠가 사랑한다.
2020.4.21
* 이 글은 격리조치가 한창이어서 3개월 동안 대면 면접이 불가능했던 시기에 적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