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겨울의 향

싱글맨 2024. 12. 1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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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특별한 향이 있다. 겨울의 향은 차가운 얼음과 태워진 낙엽의 향이 뒤섞인 것 같은, 엄격하지만 지저분한거나 역하지 않은 어떤 냄새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봄과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봄을 좋아하지 않는다. 봄을 막을 수는 없다. 필요하기도 하다. 월동준비라는 표현에는 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겨울을 최대한 즐기려는 속내가 있다. 겨울의 향을 잘 음미하면, 그 속에 타들어가는 시간의 탄내가 난다.

세상 사람들은 여러가지로 싸운다. 자유, 행복, 권리,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싸운다. 어느 한 쪽이 절대로 일방적으로 이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나의 싸움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적 자유이건 경제적 자유이건, 표면적으로 사람들은 자유를 원한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자기 원하는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고 믿는 학생,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대학원 신입생,
아이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커줄 것이라고 믿는 부모,
내 부모가 내가 원하는 노년의 모습으로 살 것이라고 믿는 나,
내가 응원하는 사람이 영원히 나만의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믿는 것이 나의 믿음을 저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 나라가 나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
내 지지자가 영원히 나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슬만 먹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인간이 지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믿는 순진한 사람들,
우주가 인간을 소중히 여길 것으로 믿는 어리석은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을 비웃듯이 시간은 타오른다. 이 시간의 재에서 나는 불씨의 냄새가 눈과 얼음과 말라빠진 나무와 먼지가 섞여 나는 겨울의 향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기권을 가득 채운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재물은 평등하기가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세상은 인간 한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 사람은 반응하는 존재에 불과하기에 저울과 같다. 우주 상수는 광속과 고통의 총량, 두 가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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