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5 이혼남 월동준비 Part II
세입자부터 내보내기로 했다. 이건 나만 그런게 아니라, 아마 흔할 것으로 본다. 이미 집을 임대로 내어준 시점에서 월세 시세가 150% 상승했다. 84 타입이 아닌 59 타입의 월세 시세가 지금 세입자와 계약한 월세 금액이다. 하지만, 내가 세입자를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월세를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다시 직접 실거주하기 위한 것이다. 2025년에 아마 교육 파견 형식으로 집 근처에 있는 타사 연구소로 출근할 가능성이 있다. 실현할 수 있다면 도보로 15분인 출퇴근 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니, 이보다 탐나는 것이 없다. 금액에 대한 일체의 언급없이 세입자에게 실거주 통보를 이미 추석 연휴 전에 해두었다.
두 해가 안 되는 기간, 나도 월세로 계약해서 다른 집에서 살면서 편리함을 누리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내어준 금액보다 싼 곳으로 하려니 준공한지 40년이 넘은 아파트로 들어갔다. 가장 몸이 힘든 부분은 지금 계약해서 살고 있는 집이 5층 아파트의 꼭대기층이라는 점이다. 여름에는 콘크리트의 복사열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겨울에는 뽁뽁이를 사용해도 춥게 자야하는 생활을 하게 되다보니, 건강에 영향을 생각보다 많이 받게 된다. 베란다 천장에서 페인트 가루가 떨어지는 일,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현관문 윗쪽으로 벽지가 젖어들어 얼룩과 곰팡이가 생기는 일은 흔한 일이다. 알면서도 싼 맛에 계약했고, 지금까지 버티면서 잘 살았다. 하지만 여기서 계약을 연장해서 2년을 더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2025년에 있을 교육 파견 과정은 선발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 전에 이미 다른 경력을 회사내에서 쌓아야 한다. 이 3개월의 과정을 마치고 나서 2025년 6개월의 파견에 지원할 수 있다. 일종의 선수 과정이 있는 셈인데, 어제 선발 합격통보를 받았다.
합격 통보를 받기도 전에, 지난 주말 내가 월세로 사는 집에 어머니를 일시적으로 모셨다. 나는 아예 교육장에서 5분 떨어져 있는 다른 집에 살기로 하고 별도의 월세 계약을 했다. 이 월세 계약은 나의 가용 시간을 늘려주고, 한 달에 내가 지출해야 하는 유류비와 교통비보다 싼 금액으로 체결되었다. 금전적인 이득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그 대신 나는 시간을 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고스란히 내년에 있을 파견 업무에 필요한 경력을 쌓는데 투입된다. 이론적인 내용을 충분히 공부해야 하고, 심지어 중간에 테스트가 두 번이나 있는 3개월 파견 업무다. 이 3개월, 나는 운전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것도 최소화할 생각이다. 아주, 아주아주 필요한 도시간 이동만 할 생각이고, 대중교통비를 제외하면 신용카드도 쓰지 않을 생각이다.
이사라고 해봐야 노트북과 충전기를 챙긴 가방을 들고 들어가서 신발을 벗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방에는 테이블과 의자 하나를 제외하고 어떤 가구도 들이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나는 이 글을 새로 입주한 겨울집에서 쓰고 있다. 3개월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나는 서울에서 세들어 살고 있는 집에서 서울의 내 집으로 다시 이사를 한다. 내 생각에 2년에 한 번 씩 이사를 하는 것은 아주 건강한 일이다. 쓸모없는 물건과 구태에 찌든 물건을 버리고 사람을 거듭나게 한다.
사람들은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