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이혼은 어버이날이 지나고 찾아온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소리는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이혼과 비혼이 늘고, 출생율이 급전직하하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헛소리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블로그의 조회수만 봐도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어린이날을 전후해서 아이들 몰고 돌아다니기 바쁜 사람들은 이혼을 검색하지 않는다. 계속 그러려면 좋으련만,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버이날까지 챙기고 주말에 반강제로 술을 곁들여 가족을 챙기고 나서 이동 때문에 묵혀 두었던 '가정'에 대한 불만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은 5월 14일쯤일 것이다.
가정의 달에는 늘 그래왔지만, 인플레이션에 매운 맛을 보면서 짜증을 꾹꾹 눌러 담아 폭발 일보 직전일 때 당신이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가슴 깊이 위로의 말을 건넨다. 더 이상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자의반 타의반 세태가 되어버렸다고는 하는데, 정작 나는 돈 쓰고 시간쓰고 감정쓰고 나서 98%쯤 소진된 상태로 이 블로그의 글을을 후려 보고 있으니 이 얼마나 노여워할 만한 일인가.
그 모든 파도가 다 가고, 나 혼자 남는 시간이 돌아오면 '이혼'이라는 키워드가 가슴에 들어오게 된다. 그것이 꼭 이혼이 아니더라도, 당신의 가슴 속에 있는 그 의심말이다. '이대로 가는 것이 최선인가.' 라는, '지금 나는 무얼하고 있나' 라는 그 질문은 혼자일 때 돌아온다.
올해 2024년 3월에 발표된 2023년 이혼 통계를 살펴보긴 했지만, 그렇게 눈여겨 보지 않았다. 국제결혼은 더욱 증가했고, 이혼율은 감소했으며, 결혼은 더욱 줄었다. 0.65라는 출생율은 아직 바닥으로부터 한참 멀었다. 굳이 이걸 분석하는 글을 써야만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애초에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일이 당연한 일이던 시절,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해서 가족을 일구었던 것이 아니다. 그게 계산해서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면 내가 수능을 보던 시절만해도 100만 수험생이 있었던 그 시절을 설명할 수 없다. 사람들은 '아무 생각없이 당연히'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좋다는 말이 아니다. 훌륭했던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하기엔, 20세기의 불합리가 너무 많다.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나라는 개인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 그레서 전 세대에 그냥 흘러가듯이 가족을 일구며 생활해왔고, 그건 대한민국을 비롯한 국민 국가들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고민을 시작한 것은 장족의 발전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고민을 한다고 해서 답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민을 잘 해보고 엄밀한 잣대를 자기에게 들이밀면, 사람의 가치, 개인의 가치가 별 것 아니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대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대중이 있다는 전제하에 가치가 있는 개인은 매우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인정 못하니까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누군가 세상에 전달할 수 있는 지식이나 물질 조건이 뭔가 있다라면, 그건 당신 자식까지다. 대개 그 외의 사람에게 어떠한 지식도 어떠한 가치도 전달할 수 없다. 2세를 태어나게 하는 것, 그건 부모에게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는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실 자체는 제 3자인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결혼이든 이혼이든 그건 남에겐 남의 일일 뿐이다. 당신의 결정은 당신에겐 매우 중요하지만, 그건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냥 늘상 있는 일일 뿐이다. 큰 의미를 부여하되,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