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이혼남이 단독주택을 공부하는 세 가지 이유

싱글맨 2023. 7. 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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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을 노래 불러 찾는 것은 사실은 이혼남인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다. 조기교육 덕분에 이 녀석들은 빌린집과 산 집의 차이를 알고 있고, 단독주택과 빌라와 아파트의 차이를 알고 있다. 골목길을 걸으며 단독주택이라고 말하면 내가 매번 '저건 단독주택이 아냐.'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좀 있으면 빌라를 집합건물이라고 부르는 날이 올 것 같다. 아이들이 단독주택을 좋아하는 건 집에서 뛸 수 없고, 계단이 싫기 때문이다. 아빠가 왜 멀쩡한 집을 내어주고 집을 빌려살고 있는지 설명을 들었음에도, 엘리베이터 없는 최고층 살고 있는 아빠때문에 계단을 저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단독주택을 알아보는 이유는 다르다. 

단독주택?

내가 생각하는 도시에서의 주거 기능은 사실, 주택보다는 사옥이 더 제대로된 역할을 할 것 같다. 직주근접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장에 가까운 아파트를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직장을 내 사업장으로 만들고, 그 사업장의 일부분에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옥이라면 통신 보안이나 물리적 보안을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물론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사업체야야 하겠지만. 사옥이라는 것이 물론 강남, 여의도, 용산 같은 곳에 있으면 좋겠지만,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처음부터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내가 단독주택을 살아보는 이유는 세 가지다.

1. 보안

내 소유의 단독주택을 말할 때는 일반적인 주택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통신망 이용을 최소화한 안가 (Safe House)를 의미한다. 내 단독주택에는 TV나 인터넷이 없을 것이다. 가족이나 애인이 들어오는 일도 없다.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내가 잠을 자고 쉬는 공간을 다른 사람이 모르면 모를수록 좋다. 사회에는 공적인 나만 존재하길 원한다. 사적인 나는 최소한으로 줄인다. (당신들에겐 알 권리 따위 없다.)

Off-screen time (스크린을 보지 않는 시간)을 확보해서 눈을 비롯한 몸과 마음의 건강을 꽤 한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웃이라는 사실은 별로 관심 없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최소화한다. 오해하지 않길, 나도 아파트에 살면서 윗집 꼬마가 뛴다고 뭐라고 하지 않고, 미안하다고 김과 참기름을 선물로 주는 이웃과의 생활을 한다. 그런 것을 별로 문제 삼지 않으려고 하지만, 애초에 그런 문제를 겪지 않는 것과의 가치를 비교하면 분명히 다르다. 

2. 비용 최소화

도심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을 사업장에서 비용처리하고, 싼 지역으로 단독주택을 짓고 전입 신고를 해서 생활하면 그만큼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출퇴근을 안하냐고? 바로 그거다.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출퇴근을 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지금은 출퇴근해서 현금흐름을 만들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현금흐름에서 나의 이동을 빼버리는 것이 목표다. 나의 주택에서 출근하고, 퇴근은 사업장에서 퇴근한다. 그리고 내가 사업장에 있을 필요가 없으면 나는 집으로 철수한다. 

심지어 급여도 최소한만 수령하거나 받지 않는 것이 좋겠다. 돈은 사업장이 벌어들이고, 돈을 쓰는 것도 사업장에서 쓴다. 나는 소유하지 않거나, 최소한만 소유한다. 실제로 생활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만큼 가치 있는 것도 없다. 

3. 땅 값

건축물은 감가상각의 대상이지만, 땅 값은 조금 다르다. 도심의 땅 값은 상승하고, 다른 지역의 땅 값은 가치가 줄어도 그 폭이 제한적이다. 어차피 단독주택을 지을만큼의 땅 값이 얼마간 오르고 내리고를 신경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특히 누군가에게 세를 주거나 에어비앤비를 할 것도 아니라면, 내가 그냥 깔고 앉아 있을 거라면 말이다. 다만 돈을 땅으로 바꾸어 놓았을 뿐.

이런 얘기는 누군가에겐 생소할 것이고, 누군가는 이미 이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독립이 가능한 사람은 사실상 무소부재하다.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도 않지만, 없는 것이 없다. 지금 당장 실현이 불가능하더라도 단독주택을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주의사항: 내가 말하는 단독주택은 전원주택이 아니다. 귀농이나 귀촌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내 소유의 단독주택이 꼭 도심에 있을 필요는 없을 뿐이다.

내가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일을 한다는 사실을 나는 대학생일 때부터 알았다. 어쩌면 그런 습성이 결혼생활과는 상극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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