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

결혼의 유효기간은? (feat. 2023년 발표된 작년 이혼통계)

싱글맨 2023. 5. 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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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대단한 노력을 들여 하는 일이다. 결혼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는 통계적인 대답이 있다. 2023년 3월 어김없이, 통계청은 2022년 자료를 기반으로 2022년 혼인 이혼 통계를 발표했다. '2022년 이혼 통계' 로 검색하면 어지간하면 통계청 웹사이트로 직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혼이 얼마나 늘고 줄었느냐가 아니다. 이혼이 줄건 늘건 결혼과 출생율 자체가 낮은 상황에서 이혼따위 뉴스거리도 안 된다. 이 통계가 중요한 사람들은 지금 30대 초반에 결혼을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결혼이 얼마나 갈 것인지 통계를 따져보는 일은 중요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주택을 사거나 빌리는 비용을 제외하고 상당히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른다고 해도 1-2천만원 정도는 쓸 각오를 해야한다. 식장과 드레스 신혼여행만 해도 돈은 쉽게 나간다. 그러면 그 정도 이상의 돈을 쓰는데, 몇 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하게 되는지 숫자는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Marry me, 프러포즈의 뒷면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집계된 이혼에 대해서 혼인지속기간은 0-4년이 18.6%, 5-9년이 16.3%, 30년 이상이 16.8%다. 4년미만의 혼인지속기간이 가장 확률이 높다. 작년 이혼한 부부의 1/3 정도는 10년 이내에 이혼한 사람이라고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30년 이상 지속 후 이혼한 커플의 경우는 아마 황혼이혼 구간을 대표하는 값이겠지. 

작년 결혼한 커플은 30대 초반이 가장 많았다. 남녀 공히 30대에 접어들어서 결혼을 하는 것은 이제 평균적인 일이 되었다. 다만, 이 사람들은 5년 미만의 기간내에 이혼할 확률을 뚫어야 한다. 작년에 결혼한 사람들이 작년의 이혼 통계에 기반한 확률을 따른다는 보장은 없지만, 추세가 변하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모두 알고 있다. 

그렇다면 결혼 전에 쓰게 되는 비용은 과연 저 정도의 지속기간을 기대할 수 있는 결혼에 소비할 때 적당한 비용인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돈인가? 과연 돈이 돈 값을 하느냔 말이다. 물론 결혼 비용만으로 결혼의 효용성을 따질 수는 없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아끼거나 더 쓰게 되는 비용, 이혼을 할 때의 비용과 재산분할 결과까지 전부 반영해야 정확한 계산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정확한 계산을 하기 전에 결혼을 앞둔 이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다. 

"과연 나는 저 확률을 뚫을 수 있을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결혼을 하는 것은 강행하면 할 수 있다. 준비부터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혼 자체를 하기로 결심하고 밀어붙이면 안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결혼은 하는 것보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통계청의 이혼 통계를 보고 본인의 혼인지속 기간 기댓값을 계산해보길 바란다. 통계청은 세 개의 구간에 대해서만 요약하고 자세한 것은 세부 자료를 첨부했을 뿐 이렇다할 논평을 하지 않았다. 혼인지속기간에 대한 히스토그램이 세부 자료에 있다면, 혼인지속기간에 대한 기댓값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짐작컨대 첫 3년을 넘기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가지 모임에 나갈 때마다 다양한 이유로 결혼 연령과 출생율에 대한 논의를 하곤 한다. 결혼이 줄어들고 출생율이 떨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 숫자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사람들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혼인지속기간의 기댓값을 계산해보기 전에 본능적으로 낌새를 채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여기다가 정부가 돈을 얼마간 지원한다고 해서 과연 결혼이 늘어나고 출생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한 번 시작된 추세는 기하급수적으로 진도를 나간다. 결혼을 할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이혼은 꾸준히 벌어지기 때문이다. 

결혼의 기회비용 = 결혼 준비 비용 + [(부모님 지원 비용 + 혼인지속기간중 소득 기반의 순이익) * 이혼시 재산분할비율 (0-1)]^n

위 공식은 아주 대충이지만, 결혼의 기회비용을 계산하는 공식이다. 똑똑한 사람은 '부모님 지원 비용'을 결혼 준비 비용으로 빼는 조치를 취할 것이고, n은 혼인지속기간 동안 내가 몇 살이었느냐 연령대에 따라서, 내가 얼마나 시간을 아깝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본인이 부여하는 승수라고 보면 된다. 본인의 소득과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인 값이라 나는 뭐라고 못하겠다. 이혼을 안하면 두 번째 항은 0이 된다. 

이혼이 다루기 어려운 이유는 이혼을 하기 전까지 이혼을 할 지 안할 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나는 이혼을 했다. 재혼을 하지 않는 이상 다시 이 공식을 가지고 내가 씨름할 일은 없다. 당연히 상당한 댓가를 치렀고, 치르고 있다. 결혼을 하시는 분들은 각자 조용히 이 공식을 한 번쯤은 숙고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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