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금쪽같은 내 새끼'를 건 가장 큰 결정 (feat. 자녀교육 안내 프로그램 @가정법원)
아이들이 없는 경우, 의외로 이혼은 쉬울 수도 있습니다.
이혼을 망설이게 되는 가장 주된 이유중의 하나가 아이들입니다. 이건 단순히 이혼의 조건이나 이혼 이후의 생활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혼을 하게 되면 아이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고, 특히 한 쪽은 반드시 아이들과 떨어져서 살게 됩니다. 그래서 친권과 양육권에 대해서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아이들 때문에 되도록이면 합의 이혼을 하려고 한다거나 이혼 과정과 결과상의 불리함을 감내하고서라도 아이들을 최대한 만나려고 하게 됩니다.
아이 혹은 아이들에 대한 결정은 이혼을 결심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2020년 코로나 사태를 전후하여 이혼한 경우에 방역수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원래 예정된 스케줄대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아이가 나 때문에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고 영상통화로 대신해야 하는 아픔이 아무리 커도 아무도 그걸 알아주진 않을 겁니다.
얼마나 많은 빈도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혼 이후에 아이를 전혀 만나지 않는 부모도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는 '아이들 학교 보낼 것 까지 생각해서 여기에 왔는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혼을 해야 한다니...' 같은 말 못할 고민을 하는 부모가 더 많다고 믿고 싶습니다.
아이를 기를 권리가 '양육권'입니다. 이혼 이후 양육권을 가지는 부모가 직접 아이를 기르게 되는데, 부모 한 쪽이 될 수도 있고 원칙적으로 공동으로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권리와 책임이 당연히 둘 다 따릅니다.
아이를 법적으로 대리할 권리가 '친권'입니다. 이혼 이후 친권자는 중요한 법적 결정에 대해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보통 양육권이 한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 향후 아이의 전학, 여행 등등의 경우에 양육권자만의 동의로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친권도 한 쪽으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공동으로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변호사의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대개의 경우, 아이가 혹은 아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반드시 해야하는 상황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미취학의 어린 자식들이 있는 경우, 자녀교육 프로그램을 부모 모두 이수하도록 가정법원에서 안내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교육을 받으러 갔었습니다. 양재동 법원에 이 때 처음 가보게 되죠. 지정된 교육장으로 입장하면 이혼을 앞둔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앉아 있습니다. 이 때는 그냥 어색하게 전화기를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프로그램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하니까 시간을 예약하고 왔을 뿐입니다.
이내 교육이 시작되면, 아이들이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자라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 오해들, 쌓이게 되는 감정들에 대해서 사례를 들어 영상으로 교육을 받게 됩니다. 부모라면 울컥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고, 이혼을 결심하여 초기 절차를 밟고 있는 당신은 아마 이 때 처음으로 이혼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이 절차가 시작되고, 예측 가능한 시일내에 이혼 절차가 분명히 끝나긴 할 텐데, 이후부터 항상 보던 아이들을 마음대로 못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저도 울었습니다. 옆에서, 뒤에서, 앞자리에서 흐느껴 우는 엄마 아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교육을 이혼하게 될 커플이 같이 받는 경우도, 따로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교육은 따로 받기를 권합니다.)
반드시 교육 이수 증명에 신경써서 인적사항을 기입하십시오. 실수로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처리될 경우,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 이혼 절차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런 차갑기 이를 데 없는 기술적인 윗문장을 좀 치우고 얘기하면,
자녀교육 안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교육장을 나서는 당신 마음의 무게가 곧 당신의 이혼의 무게입니다. 자녀라는, 피붙이라는 큰 존재를 놓고도 당신은 이혼을 반드시 해야할 만큼 절박하기 때문에 이 길을 걷기 시작할 겁니다.
저는 교육장을 나서 일터로 돌아가면서 이를 뿌드득 갈았습니다. 반드시 살아내겠다고 아마 이 때 처음 다짐했을 겁니다.